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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이야기/스마트공장

스마트공장 공급기업 다녔던 이야기 두 번째

by DWS. 2020.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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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공장 사업을 주력으로 삼는 회사에 다녔었다. 규모가 작아서 스타트업 수준이었다. 요즘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가 나오는데 솔직히 현실적인 부분이 별로 없어서 공감하지 못한다.

 

 내가 다녔던 스타트업은 이름만 스타트업이지 사실상 기존 사업하던 사람들이 나와서 다시 차린 일반적인 소기업이었다. 나름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회사를 차렸을 텐데 아쉽게도 내부 사정으로 그 목표를 제대로 이루지 못한 것 같다. 

 

 어째든 그런 회사에서 잠시 일을 하면서 여러 가지 배울 수 있었다. 일단 스마트공장이라는 사업을 처음 알게 되었고 앞으로 전망도 대략 알 수 있었다. 

 

 원래 스마트공장 사업은 정부에서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제조기업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정부지원 사업의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원래 중소벤처기업진흥원인가 거기서 담당했었는데 현재는 각 지역 테크노 파크라는 공공기관에서 담당이 이관되어 관리하고 있다.

 

 대충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의 진행 방식은 이렇다. 일반 공장에서 스마트공장으로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IT 장비(컴퓨터, 서버, 측정 도구 등)와 개발 및 유지보수를 위한 서비스 인력이 필요하다.

 

 스마트공장에 관심있고 규모가 큰 대기업들은 자발적으로 계열사를 이용하거나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사에게 의뢰하여 자체적으로 공장 관리를 도와주는 전용 소프트웨어 MES를 공급하고 이용한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스마트공장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여태까지 하던 방식대로 기계 작동해서 생산 개수 카운팅하고 자동 계산이 안 되면 직원들이 일일이 확인해서 생산과 불량 통계 내고 매출 계산하는 방식이다. 

 

 사람이 계산하다 보면 당연히 실수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에 100개 생산해서 1개라도 누락되면 분명 매출이 정확하지 않고 문제점을 분석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MES라는 공장관리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공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를 이용해서 생산 통계도 확인하고 분석하여 개선점을 만드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아닌 제조기업에서는 어떻게 만들어야 되고 운영해야 되는지 전혀 모른다. 그렇다고 스마트공장 공급기업에 의뢰를 하면 비용이 비싸서 막상 쉽게 도입하기 어렵다.

 

 이런 중소기업들을 위해 나라에서는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공장 보급 사업에 필요한 전체 금액이 2억이면 절반인 1억은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나머지 1억만 공급기업에게 지불하면 되는 방식이다.

 

 스마트공장 사업관리시스템 홈페이지에 가면 공급기업 리스트가 나오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연락해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원래 MES 개발할 수 있는 회사들은 규모가 어느 정도 큰 중견기업이나 중기업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소기업들도 꽤 늘어났다.

 

 이유는 아무래도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과하는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에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 기업들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일했었던 회사도 규모는 작지만 직원들의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스마트공장 사업에 참여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 등급이 특급 1명은 있어야 된다. 소프트웨어 협회에서 만든 기준이기 때문에 경력과 자격증에 따라 개발자 등급이 나눠진다.

 

 특급, 고급, 중급, 초급 이렇게 4가지 등급이 있고 특급이 아마 10년 이상 경력이 필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급은 5년인가 6년이고 중급이 3년이상, 초급은 4년제 대졸인가 신입이면 누구나 초급이다.

 

 여기서 특급과 고급 인력이 최소 1명씩 있어야 스마트공장 사업을 지원할 수 있고 통과할 수 있다. 내가 다녔던 회사는 특급도 고급도 있고 이미 사업을 몇 번 진행하여 마무리까지 완료한 경력이 있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스마트공장 사업 계획서 작성과 중간보고서, 완료보고서 작성 방법 등 노하우가 있었고 MES 프로그램은 이미 개발한 제품이 있어서 업체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만 하면 되었다.

 

 이렇게 보면 왠지 대단한 개발사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냥 날로 먹는 사업이었다. 사업계획서는 원래 도입기업이 작성해야되는데 스마트공장 사업에 대해 전혀 모르고 그쪽으로 인력을 투입하기에는 인건비가 아까워서 쓰지 않는다.

 

 도입기업이 갑이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공급기업은 어떻게든 사업을 따내기 위해서는 다른 공급기업과 경쟁해야된다. 그 결과 결국 공급기업이 도입기업의 원하는 대로 대부분의 조건을 수용해준다. 그래서 스마트공장 사업 기획서도 대부분 공급기업에서 작성한다.

 

 중간보고서나 완료보고서는 MES 프로그램 개발하면서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마트공장 공급기업이 작성하는 것이 맞다.  만약 제대로 스마트공장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업체라면 당연히 프로젝트에 관리 인력을 별도로 배치하고 사업계획서와 개발 과정을 점검하고 유지보수까지 담당할 것이다.

 

 어째든 그런 회사에 다니면서 스마트공장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램 개발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들어갔지만 막상 배운 것은 없고 매주 1회 이상 업체 미팅에 따라다니면서 짐꾼 역할이나 했다. 따라다니면서 배우라고 하는데 개발자로 뽑았으면서 영업까지 배우라니 어이가 없었다.

 

 물론 개발자 미팅에 참석하면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이전 회사와 비교하면 여기는 학교 수준이었다. 입사하기 전에는 그래도 나름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막상 다녀보니 계획서, 보고서 문서 작성하고 내부 사정으로 개발은 제대로 시작도 못 하고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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